SALGIL ESSAY / 21
우리는 시뮬레이션 속에 살고 있는가
보스트롬의 시뮬레이션 논증이 실제로 주장하는 세 갈래와 그 결론을 좌우하는 가정을 살펴봅니다.
가설보다 먼저 논증
닉 보스트롬의 2003년 논문은 우리가 실제로 시뮬레이션 안에 있다고 곧바로 단정하지 않는다. 그는 세 명제 가운데 적어도 하나가 참이라는 삼분 논증을 제시한다.
인류 같은 문명이 포스트휴먼 단계에 거의 도달하지 못하거나, 도달해도 조상 시뮬레이션을 거의 만들지 않거나, 그런 시뮬레이션이 대량으로 만들어진다면 우리 같은 관찰자는 거의 시뮬레이션 안에 있다는 세 갈래다.
- Nick Bostrom, Are You Living in a Computer Simulation?
세 갈래 논증과 그 확률적 전제를 제시한 원 논문.
확률은 가정 위에 선다
논증의 힘은 시뮬레이션된 의식이 가능하고, 충분한 계산 자원이 있으며, 발전한 문명이 막대한 수의 조상 시뮬레이션을 실행한다는 조건에 달려 있다. 어느 조건도 현재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특히 ‘우리와 구별되지 않는 경험을 만드는 계산’이 곧 의식을 만든다는 전제와 어떤 관찰자 집단을 확률 계산의 기준으로 삼을지는 철학적 논쟁거리다.
흔적을 찾으면 증명되는가
격자 구조, 계산 한계, 물리 상수의 이상을 시뮬레이션의 흔적으로 읽으려는 제안이 있지만, 같은 관측을 설명하는 일반 물리 이론과 구별되는 예측이 없다면 결정적 검사가 되기 어렵다.
설명할 수 있다는 것과 다른 설명보다 더 잘 예측한다는 것은 다르다. 현재 시뮬레이션 가설은 확립된 과학 이론보다 형이상학적·확률적 논증에 가깝다.
가상이라면 덜 실재하는가
설령 세계가 더 바깥의 과정에 의해 구현되더라도, 이 안의 고통과 관계와 법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뮬레이션 여부와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의 실재성은 별개의 질문일 수 있다.
정해진 탐구 순서를 따라 이어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