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GIL ESSAY / 06
모든 상태는 언젠가 되돌아오는가
유한한 계가 충분히 긴 시간 뒤 이전 상태에 가까워진다는 푸앵카레 회귀가 뜻하는 범위를 살펴봅니다.
들어가며: 충분히 오래 기다리면 돌아오는가
책상 위의 공기 분자와 행성의 운동, 우리 몸을 이루는 입자들이 어떤 순간의 상태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시간이 무한히 주어진다면 지금 이 장면도 언젠가 되풀이될까.
19세기 말 앙리 푸앵카레가 증명한 회귀정리는 이런 상상과 닮은 결론을 내놓는다. 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는 동역학계는 충분히 긴 시간이 지나면 처음 상태에 원하는 만큼 가까이 되돌아온다.
그러나 이 문장을 곧바로 ‘우주와 내 삶이 정확히 반복된다’로 바꾸면 안 된다. 정리는 모든 계에 적용되지 않고, 연속적인 계에서는 대개 정확히 같은 상태보다 임의로 가까운 상태를 말하며, 돌아오는 시간도 현실의 척도를 압도할 수 있다.
푸앵카레 회귀가 무엇을 증명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 구분할 때, 과학의 정리와 영원회귀의 철학은 더 정확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상태 하나는 점 하나다
물리학에서 계의 상태를 말하려면 입자들의 위치만으로는 부족하다. 각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처럼 다음 움직임을 결정하는 모든 정보를 함께 적어야 한다.
이 모든 값을 하나의 점으로 나타낸 가상의 공간이 위상공간이다. 계가 시간에 따라 변하면 그 점은 위상공간 안에서 하나의 궤적을 그린다. 진자가 움직이거나 기체 분자들이 충돌하는 과정도 이 공간에서는 상태점의 이동으로 표현된다.
회귀정리는 물체가 실제 공간에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지만 말하지 않는다. 계를 기술하는 전체 상태가 위상공간에서 처음의 영역 가까이 다시 오는지를 다룬다.
회귀정리가 성립하는 두 조건
유한한 위상공간 + 부피 보존
↓
궤적이 새 영역으로만 영원히 달아날 수 없음
↓
처음 상태의 임의로 가까운 이웃으로 다시 돌아옴정리의 핵심 조건은 두 가지다. 첫째, 계가 접근할 수 있는 위상공간의 부피가 유한해야 한다. 입자나 에너지가 끝없이 달아날 수 있다면 궤적은 돌아오지 않고 계속 새로운 영역으로 갈 수 있다.
둘째, 시간에 따른 운동이 그 부피를 보존해야 한다. 고전적인 고립 해밀턴계에서는 리우빌 정리에 따라 위상공간의 부피가 보존된다. 상태들의 작은 묶음이 움직이며 모양은 바뀌어도 전체 부피는 사라지거나 늘어나지 않는다.
유한한 공간 안에서 같은 부피를 가진 영역들이 영원히 서로 겹치지 않은 채 새 자리만 차지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이전 영역과 다시 만나야 한다. 이것이 회귀정리의 직관이다.
‘모든 상태’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푸앵카레 회귀정리는 보통 ‘거의 모든’ 초기 상태가 반복해서 되돌아온다고 표현한다. 수학에서 ‘거의 모든’은 예외가 전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예외들의 측도가 0이라는 뜻이다.
또한 계가 위상공간의 모든 가능한 상태를 방문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궤적은 에너지 보존과 다른 제약을 만족하는 영역 안에서 움직인다. 접근할 수 없는 상태가 있을 수 있고, 접근 가능한 상태들 사이에서도 하나의 궤적이 모두 지나간다는 보장은 없다.
정리는 특정 상태점이 반드시 처음 점과 정확히 일치한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연속적인 계에서는 처음 상태에 원하는 만큼 가까운 영역으로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인 표현이다. 유한한 개수의 상태만 가진 이산계에서는 정확한 반복을 말할 수 있다.
돌아오는 시간은 얼마나 긴가
정리는 회귀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장하지만 우리가 기다릴 만한 시간을 약속하지 않는다. 처음 상태와 더 가까운 귀환을 요구할수록 대상 영역은 작아지고 평균 회귀시간은 길어진다.
입자가 많은 거시적 계에서 특정한 낮은 엔트로피 상태로 돌아오는 시간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간단한 모형에서도 우주의 현재 나이보다 훨씬 긴 수가 등장한다. 수학적으로 유한하다는 말과 물리적으로 관찰 가능하다는 말은 전혀 다르다.
따라서 회귀정리는 내일 깨진 컵이 저절로 조립될 것이라는 예측이 아니다. 가능한 시간척도 전체를 다루는 정리가 일상의 시간 안에서 볼 수 있는 사건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엔트로피 증가와 모순되는가
열역학 제2법칙은 고립계의 엔트로피가 압도적으로 높은 확률로 증가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계가 과거 상태 가까이 돌아온다면 엔트로피도 다시 낮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19세기 말 체르멜로는 이 문제를 볼츠만의 통계역학에 대한 반론으로 제기했다.
두 설명은 다루는 수준이 다르다. 미시적인 역학은 시간에 따라 상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말하고, 열역학은 엄청나게 많은 미시상태를 거시적으로 묶어 가장 가능성 높은 변화를 설명한다. 제2법칙은 거시계가 관찰 가능한 시간에 낮은 엔트로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통계적 진술로 이해된다.
회귀는 통계적 경향을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법칙으로 만들지 않는다. 다만 예외적 변동이 허용되는 시간척도는 너무 커서 우리의 실험과 역사에서는 열역학적 비가역성이 확고하게 보인다.
우주 전체에도 적용할 수 있는가
회귀정리를 우주 전체에 적용하려면 우주가 유한한 불변 측도를 가진 계인지, 접근 가능한 위상공간이 유한한지, 중력과 우주 팽창을 포함한 실제 역학이 필요한 조건을 만족하는지 먼저 밝혀야 한다.
현대 우주론에서는 우주의 크기와 전체 상태공간, 우주 지평선과 양자중력의 성격이 단순한 상자 속 기체보다 훨씬 어렵다. 우주가 팽창하고 에너지가 특정 방식으로 분포하는 현실을 고전적인 유한 해밀턴계로 그대로 놓을 수 없다.
따라서 ‘푸앵카레가 우주의 영원회귀를 증명했다’는 문장은 지나치다. 정리는 조건부 수학 명제이며, 실제 우주가 그 조건을 만족한다는 별도의 물리적 논증이 필요하다.
니체의 영원회귀를 증명하는가
니체는 푸앵카레의 회귀정리가 발표되기 전인 1881년에 영원회귀의 생각을 기록했고, 1882년 『즐거운 학문』에서 이를 사고실험으로 제시했다. 두 생각의 역사적 출발은 다르다.
푸앵카레 회귀는 특정한 수학적 조건 아래 상태가 가까이 돌아온다는 정리다. 니체의 영원회귀는 이 삶의 모든 세부가 동일하게 반복된다는 가장 무거운 가정을 통해 삶의 긍정을 묻는다.
가까운 물리적 상태가 같은 사람과 기억, 같은 역사와 의미를 반드시 낳는다는 보장은 없다. 회귀정리는 영원회귀를 흥미롭게 연상시키지만 니체의 철학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지 않는다.
회귀가 기억되지 않는 이유
만약 계 전체가 이전 상태 가까이 돌아온다면 관찰자와 기억 장치도 그 계에 포함된다. 회귀 전의 긴 시간을 기억하는 흔적만 따로 보존된다면 전체 상태는 처음 상태와 가깝다고 하기 어렵다.
그래서 완전한 회귀를 경험한 사람이 ‘나는 이전 회귀를 기억한다’고 증언하는 장면에는 논리적 긴장이 있다. 그 기억이 없다면 반복을 확인할 수 없고, 기억이 남아 있다면 동일한 상태의 반복이 아니다.
이 문제는 물리적 반복과 경험되는 반복이 같지 않음을 보여준다. 회귀정리는 상태의 궤적을 말하지만, 반복을 의미 있는 사건으로 인식하는 의식의 문제까지 해결하지 않는다.
되돌아옴이 현재를 바꾸는 방식
여기서부터는 회귀정리를 삶의 시간에 비추어 보는 사색이다.
정리는 미래를 예언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직선적 시간관에 작은 틈을 낸다. 앞으로 간다는 것이 언제나 이전과 완전히 단절된 새 상태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삶에서도 비슷한 상황과 감정이 돌아온다. 하지만 수학적 회귀와 달리 우리는 기억하고 해석하며 달라진다. 같은 장소에 돌아와도 그곳을 보는 사람은 이전의 경험을 품고 있다.
푸앵카레 회귀가 상태의 가까운 귀환을 말한다면, 인간의 반복은 그 가까움 속에서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 지점에서 다음 탐구,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이 시작된다.
맺으며: 정리는 반복을 약속하지만 동일한 삶을 약속하지 않는다
푸앵카레 회귀정리는 유한한 측도를 가지고 그 측도를 보존하는 동역학계에서 거의 모든 상태가 처음 상태의 임의로 가까운 곳으로 반복해서 돌아온다고 말한다.
그것은 모든 상태를 방문한다는 말도, 현실의 우주 전체가 반드시 반복된다는 말도, 우리의 삶이 정확히 복제된다는 말도 아니다. 수학적 가능성과 물리적 적용, 철학적 의미 사이에는 각각 건너야 할 다리가 있다.
그럼에도 회귀정리는 강력한 질문을 남긴다. 시간이 충분히 길다면 사라졌다고 생각한 상태도 다시 가까워질 수 있다. 그렇다면 반복되는 것은 정말 같은 것인가, 아니면 돌아올 때마다 이미 다른 것인가.
원문과 더 읽을 자료
본문은 회귀정리의 수학적 조건, 통계역학과의 관계, 우주 전체에 적용할 때의 한계를 구분했다. 직관적 설명은 엄밀한 증명을 대신하지 않으며, 실제 물리계에는 해당 계가 정리의 전제를 만족하는지에 대한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 Encyclopedia of Mathematics, ‘Poincaré Return Theorem’
유한 측도와 측도 보존, 거의 모든 점의 반복적 귀환을 정리한 수학 참고자료.
- David Arovas, Lecture Notes on Thermodynamics and Statistical Mechanics
유한한 위상공간과 부피 보존으로 회귀정리를 설명하는 대학원 통계역학 강의자료.
- Jos Uffink, ‘Compendium of the Foundations of Classical Statistical Physics’
회귀정리와 볼츠만 통계역학, 체르멜로 반론의 철학적·물리학적 맥락을 다룬 연구.
- University of Maryland, ‘Poincaré Recurrence Theorem’
정리의 역사와 엔트로피 문제를 간결하게 설명하는 수학사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