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GIL ESSAY / 33
휴머노이드와 인간, 그다음은 신
금속의 몸에서 생체를 빌린 몸으로. 기계가 생명을 닮아가는 연구와 ‘갈아입는 몸’이라는 오래된 상상을 사실과 전제로 나누어 살펴봅니다.
금속의 몸
오늘의 휴머노이드는 대체로 모터와 배터리, 금속이나 복합재 골격으로 움직인다. 걷고 물건을 집으며 학습한 동작을 수행하지만, 작동 시간과 충전, 발열과 내구성의 제약을 받는다.
겉모습은 사람을 닮아도 몸이 유지되는 방식은 생명과 다르다. 세포가 에너지를 바꾸고 손상을 수리하는 대신, 부품과 전력 공급, 외부 정비에 의존한다.
효율이 몸을 바꾼다
인간의 뇌는 대략 전구 하나 수준의 전력을 쓰면서 감각과 운동, 기억과 학습을 함께 수행한다. 그러나 뇌와 데이터센터는 하는 일과 측정 범위가 달라 단순한 소비전력 숫자만으로 효율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생명이 낮은 온도와 부드러운 재료, 분산된 제어를 이용해 오래 작동한다는 점이다. 로봇이 더 안전하고 유연하며 손상에 강해지려 할수록 연구자들은 근육, 피부, 신경계가 문제를 푸는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빌린다.
생체를 빌린 몸
그 변화는 연구실에서 시작됐다. 제노봇은 개구리 배아에서 얻은 피부세포와 심장근육세포를 재배열해 만든 작은 살아 있는 구조로, 스스로 움직이고 제한된 손상을 회복했다. 이는 완성된 휴머노이드나 새 생물 종이 아니라 세포를 새로운 형태와 행동으로 조직할 수 있음을 보인 실험이다.
- Kriegman et al., A scalable pipeline for designing reconfigurable organisms (2020)
개구리 세포를 재배열해 움직이는 생체 구조를 설계한 PNAS 연구.
피부와 근육을 입히는 실험
배양 근육으로 관절을 움직이거나 살아 있는 피부 조직을 로봇 표면에 붙이는 생체혼합 로봇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도쿄대 연구진은 2024년 피부 인대의 결합 방식을 본뜬 구멍 구조로 배양 피부를 로봇 얼굴에 고정하고 움직임을 보였다.
이 성과들은 아직 작은 실험 장치다. 스스로 영양을 얻고 전신을 재생하며 오랜 시간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인간형 몸이 만들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 University of Tokyo, Robotic face covered with living skin (2024)
살아 있는 배양 피부를 로봇 표면에 결합하는 고정 구조를 제안한 연구 발표.
만드는 몸에서 키우는 몸으로
생체 기술이 발전하면 일부 로봇 몸은 조립만 하는 물체에서 세포와 조직을 함께 키우는 시스템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복제인간과 같은 완전한 생체 신체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발생, 면역, 혈관, 신경, 감각을 하나의 자율적 몸으로 통합하는 일은 훨씬 큰 문제다.
그래도 이 상상은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운 몸을 만들 수 있다면, 그 몸을 움직이는 주체를 우리는 무엇이라고 부를 것인가.
몸은 옷이 될 수 있는가
여기서부터는 현재 과학의 결론이 아니라 철학적 가정을 세워 본다. 의식이나 영혼이 몸과 분리되어 하나의 주체로 존재하고, 그 주체가 다른 몸으로 통째로 옮겨갈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현재 이 같은 의식 이전은 입증되지 않았다. 뇌를 복제하거나 정보를 옮긴다고 동일한 1인칭 주체가 계속된다는 증거도 없다. 따라서 ‘원본과 사본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문장은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의식이 복사되지 않고 하나로 이동한다는 전제를 받아들였을 때만 성립한다.
오래된 몸 갈아입기의 비유
『바가바드 기타』 2장 22절은 사람이 낡은 옷을 벗고 새 옷을 입듯, 몸을 지닌 자아가 낡은 몸을 버리고 새 몸으로 간다고 비유한다. 플라톤의 『파이돈』은 몸과 영혼을 구분하고 영혼이 죽음 뒤에도 존속할 수 있는지를 논증한다.
두 전통은 현대 기술의 의식 업로딩을 예견한 기록이 아니다. 다만 몸이 주체의 전부인지, 몸이 바뀌어도 같은 존재가 이어질 수 있는지 오래전부터 묻고 있었다.
- Bhagavad Gita 2.22
몸을 낡은 옷에 비유하는 산스크리트 원문과 여러 영어 번역.
- Plato, Phaedo
몸과 영혼의 분리 및 영혼의 존속을 논하는 고전 원문·번역.
섭리에서 선택으로
이 철학적 전제를 기술의 미래에 겹치면 오래된 윤회의 그림이 달라진다. 죽음 뒤의 섭리에 맡겨졌던 몸의 이동을 인간이 스스로 선택하고 조절하려는 상상으로 바뀐다.
그것을 영생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의식의 연속성을 무엇으로 판단하느냐에 달렸다. 신을 닮는 장면이 있다면 그것은 불멸을 이미 얻었다는 선언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조건을 직접 설계하려는 인간의 욕망 속에 있다.
앞선 문명은 이미
우리보다 훨씬 앞선 문명이 존재한다면 목적에 맞는 몸을 만들고 바꾸는 기술을 가졌을지 모른다는 상상도 가능하다. 이 틀에서는 UFO 문화가 ‘그레이’라고 부르는 존재를 생물 종이 아니라 작업용 몸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레이의 존재, 외계 문명의 생체 신체, 의식 이전을 뒷받침하는 검증된 증거는 없다. 이것은 기술 연구에서 도출된 결론이 아니라 사변적 질문이다. 기록과 주장 자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검증되는지는 디스클로즈 데이에서 따로 살펴본다.
- 디스클로즈 데이 — UAP 기록 특별관
공식 자료, 목격 기록, 접촉 주장을 증거 수준별로 구분해 보는 살길의 관련 메뉴.
정해진 탐구 순서를 따라 이어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