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GIL ESSAY / 17
극한의 순간, ‘제3의 존재’는 누구인가
조난과 고립 속에서 곁에 누군가 있다고 느낀 기록과 ‘존재감 착각’에 대한 신경과학적 설명을 함께 읽습니다.
혼자인데 혼자가 아니었다
조난자와 탐험가의 기록에는 실제 인원보다 한 사람이 더 동행한다고 느낀 순간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어니스트 섀클턴은 1916년 사우스조지아섬을 횡단한 뒤 세 사람이 아니라 네 사람이 함께 걸은 듯했다고 회고했다.
이 존재는 대개 얼굴과 이름이 분명한 인물이라기보다 방향을 알려주거나 버티게 하는 동반자로 경험된다. 문학적 이름인 ‘Third Man’은 서로 다른 극한 체험을 묶는 말이지, 하나의 원인이 증명된 진단명이 아니다.
- Ernest Shackleton, South
사우스조지아 횡단 중 세 사람 모두 한 명이 더 있었다고 느꼈다는 섀클턴의 기록.
존재감 착각이라는 설명
신경과학에서는 눈앞에 보이는 사람이 없어도 누군가 가까이 있다고 느끼는 경험을 ‘sensed presence’ 또는 존재감 착각으로 연구한다. 2006년 연구진은 뇌전증 수술 전 검사를 받던 한 환자의 왼쪽 측두-두정 접합부를 전기 자극해 뒤에 사람이 있다는 느낌을 반복적으로 유발했다.
그 존재가 환자의 자세를 따라 한다고 느껴졌다는 점에서 연구진은 신체와 자기 정보를 합치는 다감각 처리의 교란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극한 상황의 모든 사례를 하나의 뇌 부위로 설명했다는 뜻은 아니다.
- Arzy et al., Nature 443 (2006)
왼쪽 측두-두정 접합부 자극으로 존재감 착각을 반복 유발한 단일 환자 증례.
위기의 뇌가 만든 동반자인가
고립, 수면 부족, 저산소증, 통증과 공포는 감각과 자기 인식을 흔들 수 있다. 위기에서 나타난 동반자가 생존을 도왔다는 서사는 이 경험에 기능적 의미를 부여하지만, 그것만으로 독립된 존재의 실재나 하나의 보편적 생존 장치를 입증하지는 않는다.
기록은 체험의 진실성을 보여주고 실험은 가능한 기제를 보여준다. 둘을 같은 층위의 증거로 섞지 않을 때, ‘누가 함께 있었는가’라는 질문은 더 정확해진다.
남는 질문
제3의 존재는 바깥의 타자인가, 몸의 표상이 분리되어 나타난 것인가, 아니면 위기에 처한 자아가 대화를 만들며 버틴 흔적인가. 현재의 증거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며, 체험과 해석을 구분하도록 요구한다.
정해진 탐구 순서를 따라 이어 읽습니다.